연극치료를 활용한 조직 문화 개선 사례
1. 조직 문화와 연극치료: 낯선 만남, 깊은 변화
조직 문화는 단순한 직장 내 분위기를 넘어,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 협업 능력, 창의력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기업이나 기관은 종종 성과 중심의 운영에 집중하면서, 조직 내 갈등, 소통 단절, 감정 소외 같은 문제를 간과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연극치료는 감정 표현과 공동체 체험을 통해 조직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색다르고 효과적인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워크숍이나 리더십 교육이 지식 전달에 초점을 둔다면, 연극치료는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의 감정과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데 강점을 가진다.
연극치료는 연기, 역할극, 이미지 만들기, 즉흥극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태도를 몸으로 표현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참여는 억눌린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공유하며 건강하게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수직적 문화가 강하거나 의사소통이 경직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연극이라는 틀 안에서 ‘다른 역할’을 시도해보며 서로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즉, 연극치료는 단지 재미있는 활동이 아닌, 조직 내부의 정서적 갈등과 의사소통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한다.
2. 실제 적용 사례: 금융회사 내부 소통 프로젝트
서울에 위치한 한 중견 금융회사는 장기간 지속된 내부 갈등과 부서 간 의사소통 문제로 인해 직원 만족도와 이직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인사팀은 연극치료를 기반으로 한 조직문화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총 8주 과정으로 구성되었고, 각 부서의 팀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우리 조직을 상징하는 장면 만들기’, ‘상대의 입장에서 역할 바꾸기’, ‘감정의 소리 표현하기’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가장 인상적인 활동은 ‘역할 바꾸기’였다. 팀원들은 일상 속 갈등 상황을 재현하되, 상대방의 역할을 맡아 그 입장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 예를 들어, 실무자는 상사의 입장이 되어 지시를 내리고, 상사는 실무자가 되어 업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입장 바꾸기를 넘어서, 상대의 심리와 의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유도했다. 그 결과, 감정적 오해가 줄어들고, 기존에 표면화되지 않았던 조직 내 긴장 구조가 안전하게 드러나면서 실질적인 대화와 소통이 가능해졌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내부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참여자의 87%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 감정적으로 편안해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전에는 회의에서 발언조차 어려워했던 신입 사원이 프로그램 이후 팀 내 발표를 자처하며 변화한 사례는 인상적이었다. 연극치료는 이처럼 구성원 개인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조직 내 소통 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3. 교육기관의 조직 갈등 해결: 교직원 집단 상담 사례
한 지방 교육청 산하 고등학교에서는 교사 간 세대 갈등과 학년 간 협업 부재로 인해 학내 분위기가 점차 경직되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학교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극치료 워크숍을 도입하였다. 프로그램은 ‘우리 학교의 감정 날씨 표현하기’, ‘학교의 미래를 무대에 올리기’, ‘가장 하고 싶었던 말 역할극으로 하기’ 등의 기법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감정 날씨 표현은 교직원들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맑음’, ‘흐림’, ‘태풍’ 등의 기상 상태로 상징화하여 시각적으로 공유하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직원들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불안, 분노, 무력감 등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동료 교사들 또한 이를 심판 없이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특히 활동 중 한 중견 교사가 “나는 늘 태풍 속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는 표현을 했을 때, 많은 교사들이 깊은 공감을 보였고, 이후 그 교사의 역할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연극 장면이 진행되었다. 이 장면은 모두에게 조직 내 정서적 피로와 압박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회복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후 교직원 간 협업과 소통은 점차 활발해졌으며, 교내 운영 회의에서의 의견 제시율이 높아지고, 학교 축제와 행사 준비 과정에서 자발적인 참여가 증가했다. 교장 선생님은 “예전에는 행정 명령에 따라 움직였던 교사들이 이제는 함께 기획하고 즐기려 한다”고 변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사례는 연극치료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조직 구성원 사이에 신뢰와 공감의 문화를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4. 연극치료, 건강한 조직문화의 촉진제
연극치료는 더 이상 개인의 심리치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조직 전체의 정서적 건강을 촉진하는 집단 치료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조직 내에서 사람들은 종종 ‘역할’에 갇혀 감정을 억누르거나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치료는 이처럼 굳어진 역할과 태도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구성원들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단지 감정 표현 이상의 가치로, 조직 내 신뢰와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촉진제가 된다.
특히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현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 그리고 정서적 안정감이 핵심 요소로 부각된다. 연극치료는 이러한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자극하며, 구성원 스스로 변화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정기적으로 연극 기반 워크숍을 진행하는 조직은 구성원 간 갈등을 예방하고, 심리적 피로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에도 효과를 본다. 이는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인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론적으로, 연극치료는 단지 특별한 이벤트나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조직의 문화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혁신적 도구가 될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공공기관 등 다양한 조직들이 연극치료를 조직문화 개선의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앞으로 그 활용 가능성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조직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이며,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인간적인 도구가 바로 ‘연극’이라는 점에서, 연극치료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한 가장 따뜻한 해답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