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치료

연극치료에서 성격 유형별 접근법

hund-01 2025. 4. 7. 22:48

1. 성격 유형과 연극치료의 만남: 개인화된 치유의 시작

연극치료는 개개인의 성향과 감정 구조에 따라 치료적 접근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지닙니다. 이는 전통적인 대화 중심 치료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내담자를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합니다. 특히 성격 유형(Personality Type)은 연극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사람마다 감정 표현의 방식, 갈등 회피 경향, 자기 인식 수준, 타인과의 관계 형성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MBTI나 에니어그램 같은 성격 유형 모델을 참고하면, 각 유형이 어떤 자극에 민감하고, 어떤 연극기법에 잘 반응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은 집단 활동이나 즉흥극에 쉽게 몰입하고,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반면,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은 혼자만의 상상극이나 상징물을 활용한 연극 활동에 더 높은 몰입도를 보입니다. 또한 감각 중심의 유형은 신체 움직임이나 구체적인 소품을 활용한 작업에 더 반응하고, 직관 중심의 유형은 상징적 표현이나 상상 여행을 통한 내면 탐색에 강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연극치료는 바로 이러한 차이를 민감하게 반영하며, 내담자 개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는 단순히 연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고유한 성향에 맞게 ‘치유가 일어나는 방식’을 설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외향형과 내향형: 표현 방식의 차이를 존중한 접근

성격 유형에서 가장 대표적인 분류 중 하나는 외향형(Extraversion)과 내향형(Introversion)입니다. 연극치료에서 이 두 유형은 치료 초반부터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외향형은 감정을 신체로 표현하거나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를 드러내는 데 익숙한 반면, 내향형은 조용히 내면을 탐색하고 자기 혼자만의 공간에서 감정을 정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로 인해 같은 장면 구성이나 연기 활동이라도 각 유형이 느끼는 몰입도와 반응은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

외향형 내담자에게는 즉흥극, 역할 전환, 집단 내 역할놀이 같은 활동이 효과적입니다. 이들은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인식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자기 확장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면, 내향형 내담자는 글쓰기와 결합된 모놀로그 연극, 상징적 도구(예: 가면, 인형)를 활용한 표현, 혼자 하는 즉흥 움직임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전을 확보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치료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치료자는 이때 무리하게 참여를 강요하지 않고, 내향형의 특성을 존중하며 조용하고 깊이 있는 탐색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내향형은 시각적·청각적 자극에 민감한 경우가 많아, 치료 환경 구성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성향 존중은 내담자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높이며, 치료의 지속성과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켜줍니다.

 

3. 감정 중심형과 사고 중심형: 정서 표현과 인지적 통찰의 균형

또 다른 중요한 구분은 감정 중심형(Feeling)과 사고 중심형(Thinking)의 차이입니다. 감정 중심형은 타인과의 관계, 정서적 교류, 감정의 흐름에 민감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수용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반면 사고 중심형은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에 기반하여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 표현보다는 사실과 구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극치료에서는 이 두 유형의 접근 방식에도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됩니다.

감정 중심형 내담자에게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장면이나 공감 중심의 역할극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상처를 재현하는 장면을 통해 억눌린 감정을 해방시키거나, 타인의 입장에서 동일한 사건을 연기해보는 공감적 역할 전환을 통해 감정의 깊이를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고 중심형 내담자는 지나친 감정 표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역할 구성과 상황 해석에 인지적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만약 이 장면의 인물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과 같은 질문을 통해 문제 해결적 사고를 유도하거나, 감정 흐름을 시각화하여 분석하는 도구를 제공하면 심리적 저항을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처럼 감정과 사고의 균형을 고려한 접근은 내담자가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실험할 수 있는 안전한 기반을 마련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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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방성, 안정성, 통제성: 연극치료에서의 성격 역동성 이해

성격 유형은 고정된 틀이라기보다 역동적으로 변화 가능한 특성이라는 점에서, 연극치료는 특히 그 유연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성격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개방성(Openness), 안정성(Neuroticism), 통제성(Conscientiousness) 등과 같은 성향은 치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치료자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반영하느냐에 따라 치료의 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방성이 높은 내담자는 상상력과 창조성이 풍부하여 새로운 역할이나 이야기 구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만, 안정성이 낮은 내담자는 정서적 불안과 예측불가능한 반응을 보일 수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구조 안에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통제성이 높은 내담자는 치료 활동 중에도 자신을 철저히 검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발성을 촉진하고 실패를 허용하는 연극적 환경 조성이 중요합니다. 이때 치료자는 연극 속 '실패 가능성'이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안내하며, 완벽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연극치료는 성격 유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인의 심리적 역량을 확장하는 통로로 작용합니다. 연극이라는 상징적 매체 안에서 내담자는 일상의 자아를 내려놓고 새로운 자아를 실험해보며, 자기 인식과 정서적 유연성을 기르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 해소를 넘어, 자아 성장과 통합을 지향하는 깊이 있는 심리치유로 이어집니다. 성격 유형에 따른 맞춤형 접근은 이러한 성장 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며, 연극치료의 진정한 힘을 경험하게 만드는 핵심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